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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 사망 17주기, 우리가 사랑하는 그가 담긴 최고의 영화 5편

by 브리즈B 2020. 4. 2.

 

  4월 1일, 난무하는 거짓말보다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장국영.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3년 그의 투신 소식은 정말 하나의 만우절 장난처럼 여겨졌습니다. 이름만 남기고 세상을 떠난 배우가 여럿 있지만, 유독 장국영만큼은 뚜렷하게 남아 매년 4월 1일, 거짓말을 하는 우리의 마음 한구석을 저릿하게 하죠. 이토록 장국영이라는 이름이 모두에게 애틋하게 각인돼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홍콩 영화의 중흥기를 이끈 톱스타, 소년 같은 외모, 그를 둘러싼 여러 가지 소문, 느닷없는 죽음, 모두 충분하지 않은 채로 남아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그의 영화에서 이유를 다시 한번 묻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도 장국영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담긴 5편의 영화를 골라봤습니다.

 


 

이제는 전설이 된 이름들, < 영웅본색 >


감독: 오우삼
출연: 주윤발, 장국영, 적룡
개요: 액션, 범죄, 드라마 / 홍콩 / 1986 / 9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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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암흑가를 주름잡는 보스였으나 손 씻고 새 삶을 시작한 자호(적룡), 경찰의 길을 걷는 자호의 동생 아걸(장국영), 자호와 함께 암흑가의 화려한 나날을 보냈으나 몰락한 채, 때를 기다리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소마(주윤발). 세 남자의 불신과 의리가 담긴 뜨거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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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 1편 당시 바바리코트와 선글라스, 성냥개비는 전국 남성들의 필수품이었고, 주윤발은 밀키스 광고에 출연해 '사랑해요 밀키스' 카피로 유명세를 떨쳤으며 장국영은 투유 초콜릿 광고에 출연했을 뿐 아니라 중국곡 '적막야만'을 개사한 'To You'를 직접 불러 당시 초콜릿 매출을 10배나 높였죠. 그만큼 이 영화가 한 시대를 풍미하는 전설이 되었습니다. 날 것 그대로의 마초적인 감성, 친형제의 안타까운 대립과 의형제의 눈물겨운 우정은 홍콩 누아르의 상징이 되었고 무엇보다 장국영이라는 배우의 압도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영웅본색> (1986) 예고편

 


 

자유를 갈망하는 발 없는 새, < 아비정전 >


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 유덕화, 장만옥
개요: 범죄, 드라마, 로맨스 / 홍콩 / 1990 /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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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이 쉽게 지날 줄 알았는데 영원할 수도 있더군요. 그는 1분을 가리키면서 영원히 날 기억할 거라고 했어요...”

발 없는 새처럼 정착하지 못하고 날아다닐 수 밖에 없는 아비(장국영). 바람기 많은 그는 축구경기장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장만옥)을 매일 찾아온다. 수리진은 그를 경계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끌리고 만다. 곧 이들은 사랑에 빠지고, 수리진은 아비와 결혼을 생각하지만 아비는 관심 밖의 일이다. 아비는 루루(유가령)를 만나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하고, 수리진과 멀어진다. 수리진은 아비의 집에 짐을 찾으러 갔다가 경찰관(유덕화)을 만나고 그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루루와의 사랑도 식어갈 때쯤, 아비는 양어머니에게서 친어머니가 있는 곳을 알아내고 필리핀으로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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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아비의 역할을 장국영보다 잘 소화해내기란 불가능해 보입니다. 아직까지 상처입은 인간을 연기하는 데 있어 장국영보다 빼어난 배우를 찾기란 어렵죠. 또한 영화를 안 본 사람도 ‘장국영의 맘보 춤’은 알만큼 아주 유명하죠. 아주 짧고 건조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한 이 장면은 중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평가받습니다. 절대적 상실과 상대적 결핍이 공존한 한 인물이 담긴 이 영화는 장르가 곧 '장국영'이죠.

 

다리 없는 새가 살았다.  이 새는 나는 것 외에는 알지 못했다...
새는 날다가 지치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잠이 들었다.
이 새가 땅에 몸이 닿는 날은, 생애에 단 하루 그 새가 죽는 날이다.
- 장국영의 독백

 

<아비정전> (1990) 예고편

 


 

우희만 있고 패왕은 없다, < 패왕별희 >


감독: 첸 카이거
출연: 장국영, 공리, 장풍의
개요: 로맨스, 드라마 / 중국, 홍콩 / 1993 / 17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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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극을 하는 두 남자의 사랑과 질투, 그리고 경극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이야기

1925년 군벌시대의 중국, 어려서 북경 경극학교에 맡겨진 ‘두지’(장국영)와 ‘시투’(장풍의)는 노력 끝에 최고의 경극배우가 된다. 여자 역할을 맡았던 두지는 시투를 흠모하게 되는데, 시투에게 사랑하는 여인 ‘주샨’(공리)이 생기면서 방황을 한다. 두지는 아편에 손을 대고, 시투는 주샨에게 빠져 산다. 이를 시작으로 두 남자는 중국의 역사처럼 파란만장한 삶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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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별희에서 장국영의 두 눈은 온 세상의 모든 슬픔을 다 담고 있는 듯합니다. 예술가의 사랑은 결코 험난하지도 순탄하지도 않은 길. 무대에 올랐을 때가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 속에는 가슴 아픈 마지막이 담겨 있습니다. 이 영화만으로 동양적인 미의 정점에 서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죠.

 

<패왕별희> (1993) 예고편

 


 

우울마저 우아했던, 사막마저 사무쳤던, < 동사서독 >


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 양조위, 임청하, 장만옥, 양가휘, 장학우
개요: 액션, 드라마 / 대만, 홍콩 / 1994 /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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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말했었다. 가질 수 없는 때가 오더라도 잊지는 말자고..."

백타산의 원주민인 구양봉(장국영)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형이 그를 키웠다. 구양봉의 꿈은 유명한 검객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무술 연마를 위해 고향을 떠날 것인가, 아니면 사랑하는 여인(장만옥)과 고향에 남을 것인가의 선택의 기로에서 그는 사랑하는 여인 대신 무사의 길을 택한다. 결국 그녀는 그의 형과 결혼한다. 10년 후, 냉소적이고 돈만 알게 된 구양봉은 사막으로 가서 그곳에 여관을 개업한다. 구양봉은 황약사(양가휘)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역시 사랑에 관한 슬픈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는 한때 가장 친했던 친구의 부인과 불륜의 관계를 맺고 도화림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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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감독의 첫 무협영화이자 무협의 장르를 빌린 멜로 드라마입니다. 과거에 얽매여 사막을 떠나지 못하는 서독 구양봉과 과거를 떨쳐내긴 했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잃고 방황하는 동사 황약사의 대비가 영화의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죠. 영화는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되는데, 양봉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교차하면서 그들 사이의 엇갈린 인연과 운명을 조망합니다. 당대 최고의 배우들 사이에서도 장국영의 연기는 빛이 났습니다.

 

<동사서독> (1994) 예고편

 


 

중력 같은 사랑, < 해피 투게더 >


감독: 왕가위
출연: 장국영, 양조위, 장첸
개요: 로맨스, 드라마 / 홍콩 / 1997 / 9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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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출신의 두 남자 보영(장국영)과 요휘(양조위)는 새로운 삶의 시작을 위해 홍콩의 지구 반대편인 아르헨티나로 온다. 우연히 사게 된 등 속에 그려진 폭포의 광경에 매료된 둘은 함께 이과수 폭포를 찾기로 한다. 폭포를 찾던 중 두 사람은 다투게 되고 보영은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남긴 채 요휘를 떠난다. 마음의 상처를 입은 요휘는 집으로 돌아갈 여비를 벌기 위해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한 탱고바에서 호객 일을 한다. 그리고 거기서 우연히 다시 보영을 만난다. 보영은 요휘를 찾아와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지만 요휘는 상처 받는 게 두려워 거절한다. 그러나 보영이 손을 다친 것을 보자 집으로 데려와 보영을 돌봐주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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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원제는 춘광사설(春光乍洩). 해석하면 구름 사이로 잠깐 비추는 봄 햇살을 뜻합니다. 영화 내내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했지만 둘에게도 봄 햇살처럼 따뜻하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혼자면 둘이고 싶고 둘이면 혼자이고 싶은 위태롭고 유동성 있는 퀴어적인 사랑을 그려낸 영화 속에서 장국영과 양조위는 참으로 애틋한 연기를 펼칩니다. 

 

 

<해피 투게더> (1997)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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